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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林, 이것이 禪이다~

2015.05.28 08:55

조주의 차를 마시라

조회 수 798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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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의 끽다거(喫茶去)

 

조주가 새로 온 스님에게 물었다.

“여기에 온 적이 있는가?”

“온 적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라.”

또 한 스님에게 물었다.

“일찍이 온 적이 있는가?”

“온 적이 없습니다.”

“차를 마시라.”

원주가 물었다.

“어째서 온 적이 있어도 차를 마시라고 하고 온 적이 없어도 차를 마시라고 하십니까?”

조주가 원주를 불렀다.

원주가 네! 하고 대답했다.

조주가 말했다.

“차를 마시라.”

趙州問新到。曾到此間麼。曰曾到。師曰。喫茶去。又問僧。僧曰。不曾到。師曰。喫茶去。後院主問曰。為甚麼。曾到也云喫茶去。不曾到也云喫茶去。師召院主。主應喏。師曰。喫茶去。

 

조주스님의 친절처에 나아가라면 모름지기 저 석 잔을 든든하게 마시고서 오래도록 앉아야 하리라. 그리고 저 두 스님을 가볍게 봐서는 결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스님은 ‘여기에 온 적이 있다’라고 했다.

어째서 일찍이 여기에 계속 머물지 않고서 떠났을까? 이미 떠났으면서 무엇 때문에 다시 찾아왔을까? 다시 한 스님은 ‘온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것은 흡사 처음 발심한 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만약 그렇게 보아서는 저 조주의 끽다거를 살피는 것이 몹시도 험난한 일이다. 이것은 흡사 한 스님이 조주를 떠나서 도적을 데리고 다시 돌아온 것과 같다고 하겠다.

모름지기 이렇게 찾아와서는 필시 묵은 빚을 받으려는 자가 아니면 조주의 살림살이를 훔치려는 도적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저 두 늙은이가 무엇 때문에 찾아왔겠는가?

저 원주가 저렇게 물어서는 마치 동쪽을 두드리고서 서쪽을 덮치는 것과 같다고 하겠는데, 그렇지만 어찌 하리오. 오히려 스스로의 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는 것을 드러낸 것과 같을 뿐이다. 역시 조주의 차를 한 사발 들이키고서 숙취를 풀어야 하리라.

 

만약 조주가 다시 지금 사람에게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일찍이 한국의 진제스님은 여기에 대해서 스스로 말하였다.

“조주 선사의 안광(眼光)이 항사법계(恒沙法界)를 비추어 빛남이라. 비록 이와 같으나, 시자(侍者)야! 차를 달여와서 조주(趙州) 선사께 올려라. 할(喝)!”

 

저 진제스님은 무슨 기특함으로 어디에서 조주의 허물을 보았기에 이러한 말을 했을까?

시자를 거론한 것은 참으로 좋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시자를 통해서 차를 권하는 것과 저 조주를 직접 대면하여 ‘화상께서도 차를 드셔야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화상께서도 차를 드셔야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아직도 그게 남아있구나.”

그가 만약 ‘무엇이 남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면, 곧 말하겠다.

“그대라면 끝내 한 법도 긍정치 않으리라.”

이에 만약 그가 또다시 ‘차를 마시라.’라고 한다면 다시 말하겠다.

“아직도 그게 남아 있구나.”

 

하루는 투자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떡을 권하였다.

이에 조주스님은 끝내 받지 않았다.

마침내 시자로 하여금 떡을 권하게 하니,

조주스님이 삼배를 올리고서 받았다.

 

어째서 투자스님이 세 차례를 권해도 받지 않았으면서 도리어 투자스님의 시자가 권해서는 받았을까?

만약 이것을 살필 수 있다면 저 조주스님의 끽다거에서 ‘조주의 넉넉함’을 볼 것이다.

이미 조주의 넉넉함을 보아서는 저 시자를 능히 꿰뚫고도 남는데, 도리어 어찌 다른 사람의 간파를 당했을 것인가?

이 일은 자세히 살펴야 한다.

청룡사(青龍斯)스님은 말하기를 ‘조주 늙은이가 온 몸(通身)으로 사람을 위했어도 원주의 간파를 면하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얼핏 보면 마치 조주스님 역시 차를 마셔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 조주의 명성이 천하에 퍼졌으리오. 이 구절을 살피려면 모름지기 전신(全身)과 통신(通身)의 차이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하리라. 

 

옛 사람이 게송하였다.

 

총림의 종장(宗匠: 대가)이어서는 참으로 보태기 어려우니

일에 임하여 어찌 차이가 있으리오.

설령 새로 오고 오래 머물지라도

정성스럽게 그저 한 사발의 차이다. (정각 일)

叢林宗匠實難加。臨事何曾有等差。

任是新來將舊住。殷勤只是一甌茶。(正覺逸)。

 

조주의 끽다거여

독사가 옛 길에 가로이다.

밟아서도 알지 못하고

부처라도 감당하지 못한다. (송원 악)

趙州喫茶去。毒蛇橫古路。

踏著乃知非。佛也不堪作。(松源岳)。

 

저 진제스님이 시자를 거론한 것은 참으로 좋았다. 그렇다고 해도 저 용과 뱀을 자세히 가려내는 일이란 쉽지 않다고 하겠다.

일찍이 운문스님은 말했다.

“설봉스님의 곤구(輥毬: (나무)공 세 개를 재빠르게 굴리다), 화산스님의 타고(打鼓: 북을 치다), 혜충국사의 수완(水碗: 사발에 바늘 일곱 개를 던지다), 조주스님의 끽다(喫茶: 차를 마셔라), 등 모두 향상(向上)을 끄집어내기 위함(拈提)이었다.”

所以雲門道。雪峰輥毬。禾山打鼓。國師水碗。趙州喫茶。盡是向上拈提。

 

지금 만약 조주스님에게 ‘여기에 온 적이 있는가?’하는 물음을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나 취산이라면 이렇게 대답하리라.

“관음원에서 친히 미륵을 뵙습니다.”

 

 

취산 쓰다,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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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재덕 2016.02.11 18:57 Files첨부 (1)

    취산스님께 묻습니다.
    曾到此間麼 (여기에 이르렀는가?)
    이말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스님의 글을 읽어보니 

    진제스님께서 지도하시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다 같은 조주 고불의 끽다거 화두인데,

    두분 중 한분은 선지식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 profile
    취산 2016.02.11 23:42

    이 입으로 대답을 짓는 것보다 옛 사람의 송을 들어보겠습니다.

     

    조주에게는 끽다거라는 말이 있고

    눈 밝은 납승은 모두 잠거(賺舉)하였다.

    잠거(賺舉)하지 않아도 아직 허락하지 못하니

    우습구나, 화산의 해타고여. (운봉 열)

    趙州有語喫茶去。明眼衲僧皆賺舉。
    不賺舉未相許。堪笑禾山解打鼓。(雲峰悅)。

    취산: 잠(賺)하고 거(舉)함이여, 복숭아꽃 속에 드물게 배꽃이 피었다.

    우습구나, 화산의 해타고여, 이미 조주의 끽다거에 비추어 저 화산선사의 '해타고'가 우습다면 어찌 동산의 '마삼근'도 우습지 않으리오.

    조주의 끽다거여
    독사가 옛 길에 가로이다.
    밟아서도 알지 못하고
    부처라도 감당하지 못한다. (송원 악)
    趙州喫茶去。毒蛇橫古路。
    踏著乃知非。佛也不堪作。(松源岳)。

    취산: 독사가 옛 길에 가로임이여, 저 독사가 진작에 길을 가로막고 행인을 놀라게 했다고 하겠는데, 이것을 어떻게 알았기에 다시 차를 권하는 것일까?

     

    일찌기 편의에 익숙했는데

    도리어 편의에 떨어진 것으로 알아서는 안되네.

    동쪽 벽에 호로병을 걸어서는

    마치 가난한 장자(長者)와도 같은데

    때때로 남의 저고리를 빌려 입고

    노래하고 춤추고서

    차 한 사발을 마신다. (취산)

     

  • ?
    김재덕 2016.02.14 20:26
    曾到此間麼?
    저는 이 질문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조주 고불께서 새로 온 스님께 묻는 뜻을 바르게 알아야 정직하게 답을 하지요?
    어려운 게송 인용하시지 마시고, 자비로서
    저같은 범부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한국말로 대답해 주실 수는 없나요?
  • profile
    취산 2016.02.15 19:48

    조주선사께서는 당시에 관음원에 계시면서 찾아오는 스님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는 여기 관음원에 온 적이 있는가?"

    이곳은 곧 저 조주가 머무는 관음원입니다.

    저 관음원은 오늘날 어디에서나 명패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저 조주가 머무는 관음원이기에 특별한 것입니다.

    이것은 곧 저 조주께서 자신이 머무는 곳을 알겠느냐고 상대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그대는 나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대는 나를 알겠는가?

    한 사람은 알겠다고 말하고 한 사람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조주는 세 차례 차를 마시라고 함으로써 자신을 넌지시 보였습니다.

    누구나 차를 권하지만 참으로 조주의 차를 마시기란 쉽지 않는 일입니다.

    애초에 조주를 모른다면 이 화두는 거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만약 자신의 공부로 살핀 바가 있다면 먼저 꺼내놓고 함께 거론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다음의 일화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 스님이 조주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조주선사께서 말했습니다.
    "내가 이십년 전에 청주에서 포삼(옷)을 한벌 지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근이더라."
    그리고 언젠가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남방에 있으면서 오직 죽먹고 밥먹는 두 때 외에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조주께서는 한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에 온 적이 있는가?"

    조주의 여기를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저 두 구절을 먼저 잘 살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두 차례 차를 마시라고 한 뜻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저 원주에게 차를 마시라고 했으니, 가히 총림의 본색종장이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세 가지 물음을 통과해야 합니다.

    첫째, 왜 처음 온 스님에게 차를 마시라고 했는가?
    둘째, 온적이 있는 스님에게 왜 차를 마시라고 했는가?
    세째, 저 원주의 물음을 잘 살펴야 합니다.
    “어째서 온 적이 있어도 차를 마시라고 하고 온 적이 없어도 차를 마시라고 하십니까?”

    이 화두는 보기는 쉬워도 알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이 구절을 안다면 능히 운문의 호병을 밟고 갈 것이며 화산의 해타고 화두를 웃을 것입니다.

    '여기'는 곧 조주의 깨달음의 세계입니다.
    조주께서는 어떤 소식을 얻었기에 이렇게 묻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조주의 낙처를 알겠습니까?
    .....

    취산 합장!


취모검

글: 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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