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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林, 이것이 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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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없는 중

 

한국의 진제스님은 법문에서 자주 다음의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

향곡선사께서 열반 직전 4일 전에 제방을 돌아다니시면서 고준한 법문 하나를 들어 물으셨는데, 부처님의 심인법(心印法)을 이은 중국의 대선지식인 임제도인의 ‘탁발화(托鉢話)’법문이었습니다.

 

임제선사께서 하루는 탁발하기 위해 어느 집 대문 앞에 이르러 문을 두드리니, 한 노보살이 문을 열고는 물었습니다.

“어찌 왔느냐?”

그러자 임제선사께서 “탁발하러 왔습니다” 하시니,

노파가 문득 말하기를, “염치없는 중이로구나!” 하였습니다.

그러니 임제선사께서 “한 푼의 시줏물도 주지 않고 어째서 염치없다 하는고?” 하셨습니다.

이에 노보살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문을 왈카닥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여기에서 임제선사께서는 아무 말도 않고 돌아가신 일이 있었습니다.

 

이 법문을 들어서 그 당시에 제방의 조실들을 찾아가서

“그대가 만약 임제선사가 되었다면 노보살이 대문을 왈카닥 닫고 들어갈 때에 뭐라고 한마디 하겠느냐?”

하고 물으셨는데, 제대로 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한 조실스님이 “옛 도인들이 이 법문에 대해서 평을 하고 점검한 일이 없다!”

하시니, 향곡선사께서

“고인(古人)들은 한 바가 없지만 한 마디 해 보라면 척 나와야 될 거 아닌가?”

하고 다그치니, 그때 가서야 한 마디 나왔습니다.

 

당시에 산승이 부산 해운대 해운정사(海雲精寺) 마당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스승인 향곡선사께서 들어오셔서 산승을 보자마자 ‘임제탁발화(臨濟托鉢話)’ 법문을 들어 물으셨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당시에 임제선사가 되었던들 노보살이 대문을 왈카닥 닫고 들어갈 때에 뭐라고 한마디 하겠느냐?”

하고 마당에 서서 물으셨습니다. 들어가서 인사도 받고 물으셔도 될 것인데, 제방의 조실스님들의 안목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산승이 즉시 답하기를,

 

三十年來弄馬騎(삼십년래농마기)러니

今日却被驢子撲(금일각피려자박)이로다.

삼십여 년 간 말을 타고 희롱해 왔더니

금일에 당나귀에게 크게 받힘을 입음입니다.

 

하니, 선사께서 산승의 손을 붙잡으면서 “과연 나의 제자로다!” 하고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게 임종 4일 전의 문답이었습니다.

------------------------

 

이 일화가 과연 임제선사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관련이 있다면 그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향곡스님은 어째서 임종 4일 전에 하필 이 일화를 거론했을까? 이 또한 매우 의심스러운 일이다.

당시에 진제스님은 곧장 여기에 대답을 냈다고 하는데, 참으로 좋은 대답이란 곧 용광로를 지나도 불타지 않아야 참으로 안목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전광석화와 같이 대답을 낸다는 것은 단순히 빠르다는 의미를 넘어서 사량분별이 미치지 못한다는 함축을 담고 있다. 어찌 시간의 빠름을 다투어서 우열을 가리리오. 더디고 느리더라도 결국에 옛 사람과 부합하는 안목을 보일 수 있다면 어찌 지금과 다를 것인가?

 

노파는 대뜸 질타를 하였다.

“이 염치없는 중이로구나.”

 

만약 이 소리를 내가 들었다면 바닥에 침을 뱉았을 것이다.

이에 노파가 침을 뱉거나 ‘어째서 침을 뱉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말할 것이다.

“아직도 그게 남아있구나.”

그리고는 곧장 돌아서 갔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진제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三十年來弄馬騎(삼십년래농마기)러니

今日却被驢子撲(금일각피려자박)이로다.

삼십여 년 간 말을 타고 희롱해 왔더니

금일에 당나귀에게 크게 받힘을 입음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 노파는 당나귀가 되고 진제스님은 말을 탄 자가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 일은 그저 옛 사람의 구절을 곧장 빌리는 것만으로는 좋은 탁마와 점검을 짓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오늘날에는 남의 구절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어찌 자세히 살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조주가 운거에 이르자, 운거가 말했다.

“나이도 연만하신데, 어째서 머물 곳을 찾지 않으십니까?”

조주가 말했다.

“어디에 머물러야겠습니까?”

“산 앞에 옛 절터가 있습니다.”

조주가 말했다.

“화상이나 머무십시오.”

趙州到雲居。居曰。老老大大。何不覓箇住處。曰。甚麼處住得。居曰。山前有箇古寺基。州曰。和尚自住取。

 

나중에 수유에 이르자, 수유가 말했다.

“나이도 연만하신데, 어째서 머물 곳을 찾지 않으십니까?”

조주가 말했다.

“어디에 머물러야겠습니까?”

“나이도 연만하신 분이 머물 곳도 모르는구나.”

“삼십 년 말을 타고서 놀았는데, 오늘 도리어 나귀에게 받쳤구나.”

後到師處。師曰。老老大大。何不覓箇住處。州曰。向甚處住。師曰。老老大大。住處也不知。州曰。三十年弄馬騎。今日卻被驢撲

 

여기에 대해 운거 석은 말했다.

“어디가 조주가 나귀에게 받친 곳인가?”

(오등회원)

(雲居錫云。甚麼處是趙州被驢撲處)。(五燈會元)

 

그렇다면 저 수유스님은 머물 곳을 안다는 것인가?

조주선사는 오랫동안 행각을 다녔으며 결코 한 곳에 머물러서 주지를 하지 않았다. 그 기간을 대략 30년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지금 진제스님이 스스로 30년 동안 말을 타고 희롱해왔다고 말한다면 저 노파는 나귀가 될 것이다.

이 조주의 일화에서 저 운거와 수유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가려낼 수 있다면 나귀와 말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투자는 염평스님에게 물었다.

“황소(黃巢)가 지나간 후에 칼을 얻었는가?”

이 스님이 손으로 땅을 가리켰다.

투자가 말했다.

“삼십년 말을 타고 놀았는데, 오늘 나귀에게 받쳤구나.”

不見投子問鹽平僧云。黃巢過後。收得劍麼。僧以手指地。投子云。三十年弄馬騎。今日卻被驢子撲。

 

조주와 투자는 서로를 매우 긍정하는 절친이었다. 이 두 분이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무엇이 저 나귀일까? 저 수유스님이 그렇게 말해서는 결국 나귀의 일과도 같고 저 연평스님이 그렇게 보여서는 또한 나귀와도 같다고 하겠는데, 그렇다면 저 노파가 탁발승에게 보인 것 또한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제대로 살피려면 먼저 다음의 일화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리라.

 

진주 삼성원 혜연선사(임제에게 법을 받다)가 삼성원에 머무른 후에 상당하였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곧 나간다. 나가면 곧 사람을 위하지 않는다.”

곧 자리에서 내려갔다.

흥화는 말했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곧 나가지 않는다. 나가면 곧 사람을 위한다.”

鎮州三聖院慧然禪師。(嗣臨濟)住後上堂曰。我逢人則出。出則不為人。便下座 興化云。我逢人則不出。出則便為人。 

 

한 사람은 가난한 선비가 나귀를 타는 것과 같고 한 사람은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고 하겠는데, 가려낼 수 있다면 ‘삼십년 말을 타고 놀았는데, 오늘 나귀에게 받쳤구나.’라고 한 것도 분명할 것이다.

 

선(禪)에서는 저 나귀와 말을 매우 빈번히 인용하고 있는데, 무엇이 저 ‘삼십년 말을 타고 놀았다’는 것일까? 적토마를 타고서 이광장군의 신전(神箭)을 쓴다고 하겠다.

무엇이 나귀의 일일까? 높고 높은 정상에서 재를 뒤집어쓰고 흙을 발랐다고 하겠다.

 

옛 사람의 구절을 살피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손을 베이고 몸을 상하기 때문이다.

과연 저 노파를 나귀의 일로 알고서 노파를 제대로 처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임제선사는 말했다.

“시인이 아니면 시를 올리지 말고 검객이 아니면 검을 보이지 마라.”

 

시인을 만나서는 시로 견주고 검객을 만나서는 검으로 승부를 짓는다. 여기에 나귀의 일이 있고 말의 일이 있는 것이다.

삼성스님이 삼성원에 머물 때에는 이미 임제선사가 입적하고 덕산, 설봉, 앙산선사를 뵙고 난 이후이라고 하겠다. 저 삼성스님은 가는 곳마다 칭송과 공경을 받았으며 말을 토하면 고고하고 아득하였다. 흥화스님 역시 임제선사에게서 법을 받았으며 칼날이 날카롭고 예리하였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모두 앞으로는 마을에 이르지 못하고 뒤로는 객점에서 멀다고 했다.

어찌 임제선사가 임종에 삼성스님을 향해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나귀에게서 멸하는구나!’고 한 것이 빈 말이리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삼성의 출중한 문장과 흥화의 날카로운 무예 밖에서 찾을 일이 아니니, 어째서인가?

 

저 노파가 탁발승을 향해 ‘이 염치없는 중이로구나!’라고 한 것을 그저 말 한마디 툭 던져서 모두 마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일은 결코 경솔하게 굴 일이 아니다.

전쟁에 임해서는 반드시 치밀하게 작전을 짜고 때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먼저 상대가 시인인지 검객인지를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저 노파는 시인인가? 검객인가? 나귀인가? 말인가? 아니면 그저 평범한 범부인가?

 

취산 쓰다. 20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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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하지않는 선 2015.10.05 21:52
    임제스님께서 일상적인 노파의 행위를 공안으로 만들어 제자들을 시험하고 있지요. 노파가 "염치없는 중"이라 했을 때 "침을 뱉는 것"은 그러하더라도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 행위에 "아직도 그게 남아 있구나" 한 것은 "한걸음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하겠으니 산 앞에 옛 절터가 있어 머물라함에 "화상이나 머무르시오" 한 조주스님의 의취를 간파하지 못하였음이 아닐까? 임제의 할에 또한 한방망이가 있음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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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하지않는 선 2015.10.05 21:52
    임제스님께서 일상적인 노파의 행위를 공안으로 만들어 제자들을 시험하고 있지요. 노파가 "염치없는 중"이라 했을 때 "침을 뱉는 것"은 그러하더라도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 행위에 "아직도 그게 남아 있구나" 한 것은 "한걸음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하겠으니 산 앞에 옛 절터가 있어 머물라함에 "화상이나 머무르시오" 한 조주스님의 의취를 간파하지 못하였음이 아닐까? 임제의 할에 또한 한방망이가 있음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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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리 2017.09.05 18:57
    저 구절이 돌아다니기래 의아해서 조사하던 중에 재미있는 글을 보고 갑니다.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취모검

글: 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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